
평점 : ★★★★
개봉 : 1998.10.24
러닝타임 : 103분
감독 : 피터 위어
출연 : 짐캐리 / 에드해리스 / 로라 리니 / 노아 엠머리히 / 나타샤 맥켈혼
트루먼쇼는 2018년 재개봉하기 했지만 실제 개봉은 22년이나 된 고전 영화다. 첫 개봉 연도가 1998년 프랑스월드컵이 열린 시기 였는데, 그 때 태어난 친구들이 지금 만 22세라니 어마어마한 과거에 개봉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찐한 감동과 열린 결말에 따른 다양한 해석이 분분한 영화이기도 하다. 트루먼쇼가 웰메이드 영화가 아니라면 어떤 영화를 웰메이드라고 할 수 있을까. 처음 트루먼쇼를 봤을 때는 짐캐리만 보였는데 로맨스를 이끌어가는 나타샤 맥켈혼(로렌/실비아 역)이 눈에 익어 찾아보니 지정생존자에 영부인으로 나왔었더랬다. 괜히 새삼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두번 째 트루먼쇼 감상기.
열린 결말에 좋은 점이 영화를 볼 때마다의 처한 내 상황에 따라 감동과 여운의 깊이가 달라진다. 트루먼쇼 결말에서 든 생각은 익숙한 현실과 정해지지 않은 미래 사이의 갈등. 트루먼이 EXIT로 나아가는 발걸음은 트루먼을 응원하는 이들이 생각하는 희망보다는 앞으로 처해질 고통과 고난의 무게감이 더욱 클 것이다. 모두는 그를 응원하지만 트루먼은 자신만큼은 익숙한 지금에 머물고 싶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나아가는 용기에 대해서 나 역시 극적인 영감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103분. 1시간 43분의 시간이 굉장히 짧게 느껴질만큼 강하게 몰입하여 영화를 보았다. 최근에 이렇게 집중한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는데, 단순히 재미에 이끌려 보는 영화와는 달리 감정이입이 되어 보게 되는 영화였다. 처음 트루먼쇼를 본 것이 2002년이었다. 한창 한일 월드컵의 열기가 달아올랐다가 내려 앉을 때 우연찮게 영어선생님이 틀어주셨는데, 그 때의 나는 월드컵 4강 진출했을 때 마냥 트루먼의 탈출을 응원했다. 아마 영화 속의 사람들과 같은 모습이었으리라. 그리고 무려 18년이란 세월이 지나 다시 보게 된 트루먼쇼는 꼭, 나가야 할까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18년이 지나는 동안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로, 어느 직장의 리더로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겪은 고난의 시간과 더불어 잃을 것이 많아졌기 때문에 30살의 트루먼에게 꼭 나가야겠냐는 물음을 던지게 되었다. 그만큼 나도 도전하기에 겁이 생기는 나이가 된 것이다.
영화의 여운과 깊이가 때에 따라 달라지는 결말이지만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하기는 모호하다. 실은 겁이 잔뜩 늘어난 지금의 나도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지금의 내가 나에게 그냥 편하게 살면 안되느냐는 물음을 던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문 앞으로는 조금 답답할지 언정 마음 편한 우리집이 있지 않느냐는 달콤한 속삭임도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트루먼처럼 나 역시 자의로 타의로 검은 문 밖으로 향하겠지만 겁이 나긴 똑같다. 그래서 18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트루먼의 속내를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명작은 시대가 지나도 명작이구나 새삼 느끼면서, 살아가는 지금이 아닌 새로운 도전 이후의 삶을 위해 트루먼처럼 단단히 나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마지막 장면에 트루먼이 출구 앞에서 갈등하는 듯한 장면이 나온다. 두번 째 트루먼쇼를 보면서 마지막 장면에 대해 든 생각은 그 때 트루먼은 갈등이 아니라 감독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이 드라마의 마지막을 가장 유쾌하게 장식할지 고민한 것이 아닐까. 고루한 현실의 끝에선 이들에게 가장 유쾌한 대사를 끝으로 영화가 끝나고 나는 새롭게 시작한다.
다시 볼 수 없을지 모르니, 좋은 점심. 좋은 저녁. 그리고 잘자요. - 트루먼쇼 중 트루먼 버뱅크
In case I don't see ya,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night. - Truman Burbank of aThe Truman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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