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재조합을 통한 건강한 하루 루틴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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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라는 단어는 예나 지금이나 추상적이다. 시간을 영위하면서도 여전히 현실적이지 못하다. 대게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시간을 다루는 법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추종하지만 '시간 관리'란 길들여지지 않은 말과 같아서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른다. 미라클모닝이라는 기적(?)의 시간 관리법이 나온지도 꽤 된 것 같다. 나 역시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를 읽고 도전했으나, 일년 째 성공했다가 실패했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나름대로 시간관리는 자신했었던 나였지만, 나이가 들고 체력 관리를 한번 놓치고 나니 편안함을 먼저 찾게 되는 것 같다.

 

[서평]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저자 : 김유진 출판 : 토네이도 2020.11.20 2월의 책은 <당신만 왜 못 파는가>를 읽고 싶었는데, 2월1일 주문한 책이 아직도 발송 준비 중인터라 급히 읽게 된 <나의

songus.tistory.com

 

나는 숫자를 만지는 일을 한다. 데이터를 통해 기업의 성장을 도모한다. 숫자가 싫어서 문과에 왔으나, 결과적으로 숫자에 쌓여서 살아가고 있는 나를 되돌아보면 인생이 돌고 도는구나 생각이 든다. 숫자를 보고 해석하는 일을 하다보니 숫자로 된 '시간'도 다시 한번 해석하고 의미를 찾아봐야겠다는 직업병스러운 결론에 이른다. 물론 내가 먼저 했던 것도 아니거니와 거창한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가진 24시간을 잘게 쪼개고 쪼개어 원자 단위에서 다시 조합해보고 싶다는 맘이 들었다. 시간을 관리하려면 그 속성과 개념에 대해서 먼저 파악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모든 인생이 그러하듯, 시간 역시 돌고 돈다. 물론 마블 히어로나 느와르 영화 주인공들 처럼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이 아니라면 오늘과 내일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렇고 당신이 그렇다. 돌고 도는 인생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와 같은 직업병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딱 좋은 먹잇감일 뿐이다.

살바도르달리, 기억의 지속, 1931, 뉴욕현대미술관

 

그럼 이제 시간을 쪼개는 일부터 해봐야겠다. 요즈음 아이들의 방학 시간표는 어떨지 모르겠다. 나도 나이가 들만큼 들어서 새로 들어온 신입들과 띠동갑을 넘어섰다. 띠동갑도 아니고 이제는 그 이상 아이들이 돈을 벌겠다고 들어온다. 이 지경(?) 왔으니, 내 아이가 요즘 아이가 되기 전까지는 나 역시 요즘 아이들의 방식을 익히기는 쉽지 않을테니까 내 방식으로 시간을 쪼갠다.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24시간, 하루를 기준으로 내 평범한 일상을 그려보는 것이다.
잠을 자는 시간이 있을테고, 일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밥도 먹어야 하고 화장실도 갈 것이다. 넷플릭스를 보거나 티빙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집안일을 할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똑같은 하루는 없지만, 그렇게 굉장히 다른 하루가 많지도 않다. 이것을 우리는 '루틴'이라고 부른다. 일상적으로 우리가 영위하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일단 쪼개어 본다. 절대 하고 싶은 일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제 오늘 했던 과거의 일을 정리해본다. 텍스트가 되어도 좋고, 방학시간표처럼 그림으로 꾸며도 좋다. 방학시간표가 뭔지 모르겠다면 아래 표를 다운받아서 해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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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술과 놀자

나의 하루를 돌아봤다. 보통의 날을 취침부터 생각해본다. 계산하기 편하게도 나는 보통 12시 자정에 잠에 든다. 물론 앞 뒤로 2시간씩 차이가 있기도 하고, 어느 날은 기절해서 9시에 자기도 하고 어느 날은 뒤척이다가 새벽 4시에도 잠에 들지만 '보통' 12시 정도에 잠에 든다. 그리고 미라클모닝을 성공하는 날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기상 시간은 7시이다. 출근 준비는 30분, 아침 준비 30분, 아이 등원 준비 30분을 잡으면 1시간 30분이다. 8시반에 나는 집을 나선다. 회사 출근 시간은 9시30분이다. 1시간 출근 시간 동안은 퍼블리나 클래스101, yes24 e-book을 보면서 나름의 짤막한 자기개발을 한다. 걷는 시간과 갈아타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집중할 시간이 길지 않으나 짧게 짧게 아티클이나 강의, 책을 읽는다. 출근 후에는 보통 다른 일을 할 시간이 많지 않다. 야근이 많은 업(業)이기 때문에 매일을 장담하기 어렵지만 일단 퇴근 시간은 18:30분이다. 대한민국 국 법이 규정한 근로시간 8시간(+ 휴게시간 1시간)을 채우고 나오면 저녁이다. 다시 퇴근길 1시간에 오른다. 집에 도착하면 각종 먼지와 코로나19를 털어내는 숭고한 샤워 시간을 갖고 저녁을 먹는다. 7시30분에 도착하면 보통 8시30분까지 씻고 밥을 먹는다. 그러고 나면, 아이를 씻기고 재우면 9시30분 즈음이 된다. 아이가 잠들면 간단한 집안일 마무리를 한다. 특별할 것은 없지만 설거지와 빗자루질을 하고 정리를 하면 10시30분 정도가 된다. 하루에 집안일은 두어시간 하는가보다. 이제 비로소 내 시간이다. 10시30분부터 자정까지 1시간하고 30분이라는 시간이 남는다. 요새는 책을 억지로라도 읽고 있다. 이 시간은 가장 피로하고 피곤하기 때문에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한 자라도 머리에 넣어보려고 해본다. 하지만 20분을 채 넘기기는 힘들다. 그 시간을 채우는 것은 인스타그램이나 넷플릭스다. 물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긴 하지만, 내게는 공허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림으로 표현하기에는 귀찮아서 텍스트로 죽- 늘어봤다. 돌아본 내 일상을 카테고라이징해본다. 총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큰 분류를 해보는거다. 1) 수면 : 7시간 2) 업무 : 10시간(출퇴근 포함) 3) 휴게 시간 : 2시간30분(준비 시간 포함) 4) 가사 : 2시간30분 5) 식사 : 2시간(점심시간 포함) 기본적인 루틴은 총 5가지로 나뉜다. 아쉽게도 자기개발이나 성장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못했다. 루틴이 아니기 때문에.....이 작업을 하는 것은 결국 내가 해야 하는 것을 시간 안에 넣어야 하기 때문인데, 카테고라이징을 하고 나면 이제 내가 어디서 어떻게 시간을 분배해야할지 결정을 해야한다. 카테고라이징 다음으로 해야하는 것은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우선 순위는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순위 역시 같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가장 중요한 순서대로 정리를 하자면 1) 업무 2) 가사 3) 식사 4) 휴게 5) 수면이 될 것 이다. 많은 사람들이 잠은 충분히 자야한다고 말하지만, 잠은 죽어서 충분히 잘 수 있다는 격언을 받들어 모시는 나에게는 수면은 사치일 뿐이다. 하지만 몸이 버티지 못해 일어나지 못할 뿐이다. 내 우선 순위와 다르게 와이프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수면으로 꼽았다. 굳이 힘든 길을 왜 선택하느냐이다. 뭐, 일리는 있지만 아무래도 성격 상 해결되지 않은 과제 앞에서 불안감을 가지고 사는 나는 수면이 우선 순위에 오르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앞의 우선 순위까지 정했다면 이제 시간을 분류하는 작업이 마무리됐다. 다음은 재조합을 해야한다.


시간을 재조합하기 전에 내가 해야할 일, 또는 하고 싶은 일을 정한다. 많이 정하면 안되고 딱 하나만 정한다. 이미 인생에 확고하게 들어찬 시간 루틴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미라클모닝이 실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 경우, 새벽 5시에 일어나면 할 일이 너무 많다. 강의안도 써야하고 책도 써야하고, 강의도 들어야 하며 컨텐츠 제작 그리고 그림도 그리고 싶다. 그러다보니 내게 주어진 새벽 2시간이 허무하게 날아갔다. 일단, 너무 많은 목표를 잡으면 나와 같은 실패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 또는 해야할 일 하나만 정한다. 아니, 많이 봐줘서 두개까지 정한다.


두개를 정했다고 하자. 내 경우 당장 닥친 강의안을 작성해야하고, 체력을 보강할 운동을 해야한다. 강의안과 운동은 큰 카테고리로 분류하면 자기개발이다. 그렇다. 내게 없던 자기개발 카테고리를 이제 넣어보는 것이다. 그럼 어디에 어떻게 넣을 것인가? 5) 수면에 넣으면 되는걸까. 그럼 몇 시간을 넣으면 되는걸까. 각종 고민이 생긴다. 그래서 먼저 할 일은 두가지 일이 얼만큼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보통 강의안은 하루에 30분 정도 자료 조사와 문서 작업을 하면 충분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다. 꾸준하게 해야 30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운동은 기존에 런닝과 헬스, 복싱을 해본 결과 열량 소비와 운동 효력은 최소 30분을 해야 한다. 준비 운동까지 고려했을 때 1시간을 잡는다. 내가 잡은 두가지 일은 총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 이제, 시간을 재조합한다. 6) 자기개발 : 1시간 30분을 내 인생에 넣는 것이다. 24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이기 때문에 기존 5가지 카테고리 중에 1시간 30분을 빼야만 한다. 일단 우선 순위에 맞춰 5) 수면을 생각해본다. 7시간 중에 나는 얼마나 뺄 수 있는가.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내가 얼만큼 자야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하여 며칠 테스트를 해봐도 좋다. 나는 시간대 별로 자고 일어나고, 당일 컨디션을 체크해본 결과 최소 6시간 이상 자야 일상 활동에 지장이 없음을 느꼈다. 굉장히 상황에 민감하게 달라지기는 하지만 6시간 이하로 자는 경우 당일 버티기야 버티지만 그 다음 날에는 미라클모닝이고 뭐고 없던 날을 기억했다. 그렇다면 기존 7시간에서 6시간으로 1시간을 벌 수 있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그럼에도 나는 30분을 더 빼야한다. 다음 우선 순위로 올라가서 4) 휴게 시간이다. 현재 2시간 30분이지만 실제 출근 준비와 퇴근 후 샤워시간을 빼면 1시간 30분이다. 그래. 좀 덜 놀자. 30분을 뺀다. 요새 하루 일과를 마친 후 1시간 30분 중에 30분은 강의안을 준비하면 된다. 물론 상황에 따라 휴게 시간을 못 빼는 경우라면 3) 식사 우선 순위에서 시간 조율 가능성을 타진해봐야 하고, 이도 불가피하면 다음 우선 순위로 올라가야 한다. 물론 우선 순위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보통 순위에 맞춰 조율이 가능할 것이다. 다시 말해 시간 재조합을 할 때는 단순히 우선 순위만 가지고 시간을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조율 가능성을 다시 한번 고려해야 한다. 나는 7시간 이상 자야하는데, 억지로 우선 순위가 낮다고 수면에서 1시간을 뺀다면 작심삼일은 커녕 하루도 못가는 인생 루틴이 될 것이다.
그럼 이제 다시, 조합된 내용을 보면 이렇다. 1) 수면 : 6시간 2) 업무 : 10시간(출퇴근 포함) 3) 휴게 시간 : 2시간(준비 시간 포함) 4) 가사 : 2시간 30분 5) 식사 : 2시간(점심시간 포함) 6) 자기개발 : 1시간 30분 그리고 우선 순위는 1) 업무 2) 가사 3) 식사 4) 자기개발 5) 휴게 6) 수면이 될 것이다. 자기개발로 조정된 카테고리 상위에 새로 조합된 카테고리를 넣어주면 된다. 여기서 한가지 간과한 부분은 주중과 주말의 활동이 다르다는 것이다. 주 4일제가 시행된다면야, 좀 더 의미있겠지만 평일 5일과 주말 2일의 분배로는 다소 고민해봐야 할 포인트다. 특히 주말은 평일보다 액티브하기 때문에 시간 재조합이 어려운 경우가 많을 수 있다. 물론 가능하다면 주중/주말 두개의 버전으로 인생 루틴을 만들어가도 좋겠지만, 어렵다면 주말에는 앞 서 넣고 싶었던 카테고리인 자기개발 1시간 30분을 언제 할 것인지만 정하자. 예를 들어 주말에는 토요일 오전 8시부터 9시30분까지 자기개발을 하겠다고 정하는 것이다. 그 외 시간은 자유롭게 변형하여 시간을 영위하면 된다. 물론 차기 대통령이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서, 주 4일 근무에 대한 논의는 쏙 들어갈테지만, 향후에 사회적 분위기와 합의를 통해 주 4일제가 시행된다면 그 때는 주중/주말 시간 개념에 대하여 다시 한번 나누어 생각해봐야 한다. 이 경우 주말을 놓치게 되면 인생의 40%를 놓아야 하기 때문에 액티브 라이프의 경우 유연한 시간 재조합과 관리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시간 재조합 방법을 다시 한번 정리한다.
# 시간 쪼개기 : 1) 주중 루틴 파악 2) 루틴 카테고라이징 3) 카테고리 우선순위
# 신규 카테고리 생성 : 1) 하고 싶은 일/해야 할 일 최대 2가지 선정 2) 각 할 일에 대한 카테고리 부여 3) 각 카테고리 부여 시간 확정
# 시간 재조합 : 1) 기존 카테고리 우선 순위에 따라 신규 카테고리 삽입 가능 여부 체크 2) 가능 여부에 따라 삽입 or 상위 우선 순위 확인 작업 반복 3) 새로운 인생 루틴 조합 및 실제 시행 시간 확정


1년 동안 미라클모닝을 성공한 것도 실패한 것도 아닌 내가 말하기는 부족한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확실히 느낀 것은 되지도 않을 일을 무리하지 말자이다. 앞 서 얘기했지만, 무리하게 한정된 시간을 쪼개어 일들을 벌일다면 선택과 집중을 하기 어렵고 결국 실패할 확률을 높일 것이다. 내 스스로 미라클모닝을 실패한 나날들이 그랬다. 애초에 4시나 5시가 아니라 6시 기상해서 딱 1시간만 집중했더라면 나의 1년은 또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모든 일들은 최대로 세분화한 뒤에 조합하는 것이 그 내면을 들여다보기 좋다고 생각한다. 보통 숫자가 그렇다. 쪼개지지 않는 숫자인 소수나,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까지 쪼개고 쪼개다보면 분명 시간의 '틈'이 있을테고 그 틈을 좀 더 활용해보자는 것이 시간 재조합의 원리다. 물론 시간 쪼개기는 내가 말한 수준보다 더 세밀한 농도로 쪼갤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시간에 미쳐서 분 단위 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자들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며, 평범한 우리들은 카테고리 단위까지만 잘 조합해도 알찬 하루가 되리라 믿는다. 일단 나는 미라클모닝의 실패 후 시간 재조합을 통해 실패없이 2022년을 보내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내 인생의 최적화된 시간 활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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