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 문화/서평
- 2020. 2. 14.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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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고 싶은 책과 방향성이 닮은 책이라서 단숨에 읽었다. 나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리를 작가의 발랄한 어투로 되려 차분하게 써내려간 책이다. 다시 한번 일어서보자 의지를 다지고 열을 낼 수 있는 책이라기보다는 나는 이렇게 살아야 행복할 것 같아라고 자연스럽게 세뇌 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작가의 깨발랄한 신식 어투(?)에 의한 묘한 귀여움은 세뇌당함에 있어 거부감을 줄여준다. 책 속에 그려진 일러스트와 닮은 그런 책이다.
느낌이 그렇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고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덮을 수 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담담하게 맘 속에 새길 수 있다. 어렵지 않게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고 직설적이나 굉장히 부드럽게 대화한다. 내가 참 좋아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내가 가장 공감하고 인정했던 말. <<우리 사회는 초집단주의 사회임에도 OECD의 '공동체 지수'도, '사회적 관계'도 모두 꼴찌를 차지했다.>> 냉담한 어른살이를 초고농축으로 압축해둔 근거를 우리 앞에 제시했다. 이건 빼박이다. 우리는 관계에 대해서 중요시 여기는 삶을 살면서도 서로 의심하고 배척하며 짖밟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얼마나 많이 우리의 시간과 감정을 관계에 쏟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불필요했던 일인지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에서 담담하게 설명한다.
<<우리 삶에서 곧 사라질 존재들에게 마음의 에너지를 쏟는 것 역시 감정의 낭비다>>라는 문장은 분명 어른살이를 하는 사람이라면 1000% 공감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존재 앞에서 마음을 그토록 내어주고 있는 것이 지금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친구라는 이유로, 직장 동료라는 이유로. 관계로 얽여서 말이다. 개인의 감정을 억합한 가짜 화합 속에서 개인은 병들고 관계는 곪아간다는 작가의 말처럼 관계를 중요 시 여기면서 개인의 감정을 철저히 무시하는 사회가 결국 공동체지수와 사회적 관계 꼴찌라는 부끄러운 수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하이라이트 친 문장이 너무 많아서 다 쓰다보면 책을 옮겨야 할 수준이다.(과장) 그 중에서 마음 깊숙히 존경을 끌어올린 문장은 아쉽게도 김수현 작가의 것은 아니었다. <<피천득은 <장수>라는 글에서 "기계와 같이 하루하루를 살아온 사람은 팔순을 살았다 하더라도 단명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수필 문학의 거장 피천득 선생님의 글귀. 아직 고등학교 문학 시간의 방망이 깍던 노인을 읽던 기억이 날 정도인데, 이런 기가 막힌 한 문장을 쓰시다니. 새삼 존경스러운 마음이다.
그래서 그렇게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하루를 살더라도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며 내 감정을 오롯이 지키고 내 삶에 온전히 집중하며 살자.
누구의 삶도 완벽하지 않다. 나도 그렇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소중하고 계속 나아갈 것이다. 사람으로 마음이 지칠 때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 좋은 책. 추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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